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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간론파/추방선거

추방선거 - 1챕터 1부 [한글번역]

추방선거 한글 번역

1챕터 1부



이치죠 카나메

『큭...... 하아....... 하아』


-생각났다.

그 녀석들은, 동생을...... 미사를 죽였다.

상처를 입었단 이유로.

죽어가고 있단 이유로.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하고 싶지도 않다.

그 녀석들을 전부 -죽여버리겠어.




앨리스

『뭔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네, 카나메 군』


이치죠 카나메

『읏!?』


-눈 앞에, 순식간에 앨리스가 나타났다.



앨리스

『앗, 내가 방해했니? 방해됐다고 돌아가라고 할 셈은 아니지?』


매우 비현실적인 광경에, 할 말을 잃은채, 그저 멍하니 앨리스를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앨리스

『그런데 말야...... 혹시, 뭔가 생각난거니?』


그 말을 듣고 이해하기까진, 시간이 걸렸다.

앨리스는......

알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생각났냐, 는 물음에는, 확신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치죠 카나메

『...』


앨리스의 그 말에 당황하기보다, 분노가 치밀었다.


이 녀석도 마찬가지.

이 녀석이, 모든 것의 원흉이다.

이 녀석이 어느 누구고, 어떤 목적이 있어서 이런 짓을 하는 건지는 내 알 바가 아니다.

돌연히 나타난 이유도, 그 방법도 상관없다.

반드시 정체를 밝혀내서...... 죽이고 말 것이다.



앨리스

아아, 역시 뭔가, 기억해냈구나』


이치죠 카나메

......아니, 아무것도』



앨리스

『그러면 말야, 이만 얼굴 좀 피지 않겠니~?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거든』


이치죠 카나메

『......무서운 얼굴?』



앨리스

『죽여버리겠어! 같은 느낌의 얼굴말야』


내가 왜?


이치죠 카나메

『......』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어금니를 깨물어가며 참았다.

아직....... 수수께끼가 너무 많다.

내 앞에 이 로봇을 파괴한다면, 이 녀석은 죽는 건가?

그럴 리가 없다.

어딘가에, 이 로봇을 조종하고 있는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무엇이든 알 필요가 있다.



앨리스

『유감인걸. 아깐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 거짓이 없던 그 말도 혐오스러웠다.

신뢰할 리가 없다.

어째서 아까까진, 이런 녀석과, 좋게 지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일까.

바보같은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이치죠 카나메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거지?』



앨리스

『들어왔냐구? 아냐. 난 여기저기에 다 있거든』


......진실?


이치죠 카나메

『그건 본체가 아니야?』



앨리스

『그거라니...... 아아, 이 몸 말이니? 물론, 본체는 아냐』


이번에도 사실.

본체라는 표현도 조금은 애매하지만, 적어도 눈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로봇을 파괴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아야라 이즈키를 말렸던 건, 틀린 선택이 아니었다.

...


아니, 말리지 않는 편이 나았을 수도.

그랬으면, 그 남자는 죽었을 지도 모르니까.


...그보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여유는 없다.

지금 신경써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내 앞의 엘리스다.



앨리스

『이건 그냥 내 홀로그램이야』



엘리스

『봤니? 이런 느낌의 홀로그램이야』


......침착하자.

기억을 되찾은 걸 들키면, 난 어떻게 될까.

이 녀석의 페이스에 말리기 전에, 얘기를 지속하자.


이치죠 카나메

『......상당히 정교하네』



앨리스

『최신 기술같은 거니까』


이치죠 카나메

『최신? 넌 기술자란 거야?』



앨리스

『아니』


기준은 없지만, 질문을 이어가며 대화를 계속하는 한, 

앨리스가 갑자기 내 기억을 도로 지워버리는 일은.....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이치죠 카나메

『네 나이는?』



엘리스

『레이디에게 나이를 물어보는 건, 조금 실례가 아니니?』


이치죠 카나메

『레이디? 넌 여자라는 거야?』



앨리스

『이름부터가 앨리스잖니』


이치죠 카나메

『엘리스란 이름은 어디에서 딴건데?』



엘리스

『물론, 이 테마파크, 엘리스 랜드에서 따온 거야』


아무 의미도 없는, 질문이었다.

다만 질문할 거리가 떨어지면, 앨리스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슬슬 네 기억을 지워야 겠다


하지만...... 두번 다시, 미사의 기억을 잃을 순 없다.



엘리스

『엘리스 랜드의 마스코트 캐릭터, 엘리스... 즉, 나라는 거지』


빙글 돌며, 엘리스는 마치 무대 주인공마냥 인사를 했다.


이치죠 카나메

그래서, 왜 여기에 온거야?』 



엘리스

『그야 잔뜩 위축되어 있으니까 그렇지. 아까 그 무서운 얼굴때문에 얼른 와본거야』


이치죠 카나메

『......식사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

기억이 돌아온 것을 숨길 수 있을까?



엘리스

『식사? 아아, 배고픈거니? 별도로 원하지 않으면, 제때마다 각 방에 준비해 둘거니까, 안심해도 좋아』


이치죠 카나메

『따로 원하면? 그러면 따로 주는건가?』


이런식으로 엘리스가 질릴 때까지 시시한 질문을 계속한다면,

방에서 내보낼 수 있을까? 기억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감춘채로?

이 녀석은, 그렇게 허술한 녀석일까? 



엘리스

『양식과 전통식이 있는데. 따로 바래서 내게 말해주면 가져다 줄거야.

호텔에 흔히 있는 룸서비스라는 것처럼』


이치죠 카나메

『테마파크의 괜찮은 놀이기구는?』



엘리스

『아, 남아 있는 시간동안이라도 즐기고 싶은거니? 물론, 뭐든지 추천이야』


이치죠 카나메

『내일 예정은?』



엘리스

『정오에 모두를 불러놓고, 선거에 대한 설명을 해줄까 해』


이치죠 카나메

『다음 질문은...... 어......』



엘리스

『시간 끌기는, 벌써 끝이니?』


이치죠 카나메

『......』



엘리스

『뭐, 네가 기억을 떠올렸든, 못 떠올렸든 상관없이, 확실히 지워주는 편이 좋아. 나로서는』


이치죠 카나메

『......그만 둬』



엘리스

『그만 둘 이유가 없잖니』


이치죠 카나메

『......』



엘리스

『그래서, 정말 어때? 기억나는 게 있는거야?』


이유?

이유가 있다면,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단 건가?

이 녀석이 기억을 지우지 않을 이유-


이치죠 카나메

『기억났다. 라고 하면 어쩔 셈이지?』



엘리스

어떻게 생각난거니? 라고 물어볼까 해』


이치죠 카나메

『물어봐서 어쩔 셈인데?』



엘리스

『그야 물론, 대책을 세워야지. 두번다시 떠오르지 못 하도록 말야』


이치죠 카나메

『그러면, 말하지 않겠어』



엘리스

『말하지 않아도, 기억은 지울건데?』


이치죠 카나메

『......지운다고 해도 소용없어』



엘리스

『에에~ 왜?』


이치죠 카나메

『어째서겠어?』



엘리스

『......얼른 말해주렴』


이치죠 카나메

『왜 내가 말해줘야 하는 건데?』



엘리스

『내가 곧 규칙이잖니. 만약 내 말을 거스르면......』


이치죠 카나메

『거스르면?』



엘리스

『죽일지도 몰라』


.....~일지도 모른다?


이치죠 카나메

『......모른다고?』


이 말도...... 두번째인가?

- 죽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확실히, 아야라 이즈키와 엘리스, 둘의 대화때였다.



엘리스

『거기, 조용히해. 말 다 끝날 때까지 조용히 있어.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아야라 이즈키

『듣지 않으면, 뭐 어쩔건데?』



엘리스

『죽일지도 몰라』


제대로 죽인다고 말하면 될텐데, 어째서 말을 순화한 걸까?



이치죠 카나메

『진심으로 날 죽일 셈이야?』


엘리스

『그렇게 말하긴 했는데...?』


이치죠 카나메

『대답해, 엘리스. 거스르면, 날 죽인거야? YES 나 NO 로 말해』



엘리스

YES』


이치죠 카나메

『......』



엘리스

『사실, 방금은 거짓말이야』



엘리스

『그나저나...... 제대로 보이나 보네. 거짓의 색이』


이치죠 카나메

『......어떻게 그걸?』



엘리스

『난, 여기서 벌어지는 건 전부 보고, 전부 들을 수 있어』


이치카와 내 대화를 들었다는 건가.



엘리스

『뭐, 규칙 하나를 어긴 정도로 죽이는 건, 아쉽잖니. 그냥 위협정도만 한거야』


이치죠 카나메

아쉽다?』 



엘리스

『그야, 이렇게 수고를 들여가며, 상차림까지 완벽히 차려줬는데, 그렇게 간단히 끝나버리면 시시하지 않겠니?』


이치죠 카나메

『시시해?』



아까부터 들었던, 아쉽다는 등, 시시하는 등...

우리들의 생사를....... 그리고, 미사의 죽음을......

최악의 쇼나 게임처럼 말하는 모습에 구역질이 치밀어 나올 정도였다.


이치죠 카나메

『......』


그와 동시에, 그 생각의 미숙함과..... 즐기고 싶다는 호기심이, 느껴졌다


-침착하자.

이건,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치죠 카나메

『그러면, 규칙을 어겨도 탓하지 않는다는 거지?』



엘리스

『그렇지 않아. 죽이지 않는 것도 있거든. 너는 이제 모르게 될테니까, 어겨도 괜찮을지도? 

기분 내키는대로 어기게 되면 게임이 성립되지 않잖니.

그러니까, 확실히 말해둘게. 내 게임을, 네가 깨려 하면.....』



엘리스

『난 널 죽일거야』


이치죠 카나메

『......』



엘리스

『제대로 보였지?』


이치죠 카나메

『게임』



엘리스

『응?』


이치죠 카나메

『이건, 네게 있어서, 게임이라는 건가?』



엘리스

『뭐, 비슷한 걸지도?』


이치죠 카나메

『그럼, 규칙을 어기지 않는 한, 넌 나를 죽이지 않는다. 그런거지?』



엘리스

『......그런거지』


이치죠 카나메

『그럼 그 규칙을 확인하고 싶은데』



엘리스

『ㅎㅎ, 재밌는 녀석이구나, 너』


이치죠 카나메

『내가 아까, 떠올린 기억을 지우는 것은, 규칙이야?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진 거였어?』



엘리스

『라고 말해도... 기억을 떠올릴 가능성은, 생각지도 못했었거든』


이치죠 카나메

『규칙이 아니라는 뜻?』



엘리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말했잖니. 내게 불리한 기억은 지운다구』


이치죠 카나메

그러면...... 지금 바로 지우면 되잖아』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는 것은...... 



엘리스

『그러고 싶은데 말이지...... 소용없다고, 너도 아까 말했잖니....』



이치죠 카나메

『맞아, 소용없어. 무슨 짓을 해도, 반드시 다시 떠올릴 거니까』


그렇게 말할 정도의 자신은 없었지만, 내 목소리에는 거짓말 색이 보이지 않았다.

반드시 떠올린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내 감정은 확실했다. 



엘리스

『어쩔 수 없지. 이유를 모른다면, 악순환만 될테니까. 소용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이치죠 카나메

『그러면 이제 어쩔 셈이지?』



엘리스

『그러니까, 그 이유가 뭔지 묻고 있잖니, 아까부터』


이치죠 카나메

『네 질문에 답하지 않는 건, 규칙위반이야? 

네가 게임이라고 부르는 이 선거에서의 규칙인거야?』



엘리스

『아니』


-좋아.


이치죠 카나메

『그럼, 대답할 필요는 없겠네』



엘리스

『으음...... 억울하지만, 그도 그렇네』


아무리 유치해도, 혹은 잔혹하게 보여도, 규칙은 지킬 생각인것 같다.



엘리스

『으, 정말. 역시 지울 수밖에 없나. 몇번을 지워도 계속 떠올리는 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게다가 떠올릴 때마다 지우는 것도 별 문제는 안 되기도 하구』


......다시 떠올릴 자신은 있다.

하지만, 이 소중한 기억을...... 두번 다시 잃고 싶진 않다.


이치죠 카나메

『소용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며?』



엘리스

『그렇게 말해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잖니』


이치죠 카나메

『그러면...... 거래를 하는 건 어떻겠어?』



엘리스

『응? 거래?』


엘리스는, 다시, 인조의 얼굴로 웃었다.


이치죠 카나메

『내가 기억을 되찾은 방법을 가르쳐 줄게』



엘리스

『그 대신, 난 뭘 하면 되는데?』


이치죠 카나메

『두번 다시 내 기억을 지우지 마』



엘리스

『......으음......』



엘리스는 방을 왔다갔다 돌아다니면서, 몇번이고 고민했다.



엘리스

『흐으음......』


이치죠 카나메

아직, 결정 못 한거야?』



엘리스

『좋아, 정했어』


이치죠 카나메

『......』



엘리스

『거래는 없어』


......실패인가?

엘리스의 성격이라면,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치죠 카나메

『이유는?』



엘리스

『부족해』


이치죠 카나메

『......뭐가 부족한데?』



엘리스

『거래라는 건 말야, 서로가 내놓은 물건의 가치가 같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잖니.

기억이 남아있는 이점, 그 정보 하나만큼은, 줄 수 없어』


이치죠 카나메

『이점?』



엘리스

『지금부터 시작될 선거에서 말야』 


이치죠 카나메

『구체적으로는?』



엘리스

그건, 시작하면 알게 될거야』


이치죠 카나메

『......』



엘리스

『란, 이유로 거래는 불성립! 조금 재밌을 것 같긴 해도, 유감입니다~』


......지금은 깊게 생각하고 있을 틈은 없다.


이치죠 카나메

『부족하다. 라고 말했지?』



엘리스

『응?』


이치죠 카나메

『그러면, 뭘 더하면 될까? 내가 뭘 하면 충족되는데?』



엘리스

『ㅎㅎㅎ, 듣고싶니?』


불쾌한 웃음 소리를 들려주며, 엘리스는 역으로 물어보았다.


미리 준비해둔 대답이었던 걸까......

그걸 예상하고, 일부러 『부족하다』라고 말한 걸지도....

하지만-


이치죠 카나메

『그걸로 거래를 할 수만 있다면』



엘리스

『그러면, 네가 선거에서 바로 불리하게 작용될텐데?』


이치죠 카나메

『상관없어』



엘리스

『어떤 내용이든 상관없이?』


이치죠 카나메

『그래』



엘리스

『그럼 거래 성립이네, 축하해~』


이치죠 카나메

『그래서, 그 내용은?』



엘리스

『아, 그건 말야. 내일 규칙 설명부터 한 다음에 가르쳐 줄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줘』


이치죠 카나메

『......기다리라니. 내용을 알기전까진, 거래는 하지 않겠어』



엘리스

『난 제대로 들었는데? 어떤 내용이든 상관없이라고.

네가 상관없다고 대답했잖니. 내용을 듣고서 싫다고 할거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지』


이치죠 카나메

『......』



엘리스

『뭐, 어차피 내일 되면 알수 있을거야. 규칙을 모르는 채로 물어봐도 어차피 모를테니까』


이치죠 카나메

『......알겠어』



엘리스

『그래서? 어떻게 기억을 떠올린 거니?』


이치죠 카나메

『이거야』




쇼파 옆에 뒹굴고 있던, 곰 인형을 집었다.

......미사의 인형.

복부 근처에 버튼이 있어서, 그것을 누르면-



???

『오빠』


녹음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구조로 되어 있다.



작년 생일에, 내가 선물로 준 인형이었다.

목소리를 넣고 싶다는 미사의 부탁에, 인형을 받아들었지만, 부끄러워서.... 

내 목소리는 넣지 앟았다. 

대신, 울것 같은 얼굴로 『오빠』라고 말한 미사의 목소리를, 버튼을 눌러 녹음했었다.


이치죠 카나메

『......목소리야』


......그 미사의 목소리가, 기억을 되찾은 계기가 되었다.



엘리스

『.....에에? 뭐야, 그게 끝이야?』


이치죠 카나메

『그래』


거짓말은 전혀 없었다.

목소리가 가진, 밝은 색-

그냥 목소리가 아닌, 미사의 형체를 떠올리게 만드는 목소리...



엘리스

『공감각이라는 거지?』


이치죠 카나메

『에?』



엘리스

『거짓말 색 말야. 넌 소리가 색으로 보이잖아. 그러니까 소리에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거 아니니?』


이치죠 카나메

『......』



엘리스

뭐, 알고있었지만 말야. 아, 방금 내 말은 사실이야. 너네들에 대해서 여러 조사를 했었거든.

어때? 내 말에 거짓말 색은 안 보이지?』


이치죠 카나메

『알면서 물어본 건가』



엘리스

『응 맞아』


이치죠 카나메

『쓸데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며?』



엘리스

『그 쓸데없는 짓이 재밌다면, 그 시점에서 쓸데없는 짓이 아닌거지』


이치죠 카나메

『....무슨 소릴 하는거야』



엘리스

『음, 너만 이런 걸 할 수 있단 것도 알았고, 비밀도 알았으니까, 이제 끝이려나』



엘리스

『아 맞아. 우선 주의를 주고싶은데, 네가 되찾은 기억은, 모두에게 비밀로 해주렴?』


이치죠 카나메

『왜지?』



엘리스

『그 편이 재밌잖니. 뭐,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고 해도, 이차카 짱 외에는 말하지 않겠지만, 

일단 그건 규칙으로 정해둘게』


이치죠 카나메

『.....어째선데?』



엘리스

『에? 그야, 뻔하잖니. 모두를 죽일 생각이지? 그러면, 그런 힘은 감춰둬야지』


이치죠 카나메

『......뭐, 그럴 작정이긴 해  』



엘리스

『그 때의 카나메 군처럼 거칠게 나오면, 정말로 큰일이라구』


이치죠 카나메

『.....그 날 밤의 얘기인가... 그 후엔, 무슨 일이 있었지?』



엘리스

『그 후라니?』


이치죠 카나메

『......다수결 이후. 내가 정신을 잃었을 때.』



엘리스

『아하, 미사 짱의 다수결 이후 말이구나. 그건 기억나지 않나보네?』


이치죠 카나메

『......』



엘리스

『넌 전부 죽일거라면서, 무척 날뛰었었어. 정말 죽일 기세였다구』



엘리스

『카나메 군에게 그런 면이 있었다니, 깜짝 놀랬다구. 넌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인데,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거든』


이치죠 카나메

『......난, 선한 사람이 아니야』


나쁜 사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은 아니다.



엘리스

『정말 유감인걸. 너에겐 기대했었는데』


이치죠 카나메

『......파트너인지, 그딴 것에 대해서?』


기억을 지웠으면서, 잘도 그 소리를...



엘리스

『그치만, 지금의 너도 싫진 않아』


이치죠 카나메

『......』



엘리스

『그런 일이 있었잖니. 처음부터 다시 했었다구.

근데, 힘들지 않겠니? 다시 하는 건... 너처럼 거친 사람이 나오지 않게, 여러 장치도 준비해 봤어. 매회 이런 걸 하면 물꼬가 트일 것도 없게 된다구.』  


이치죠 카나메

『하지만, 난 기억을 되찾았어』



엘리스

그건 그렇지. 예상 외의 일이긴 해도, 뭐 그건 그거대로 재밌으니까 괜찮겠지』


이치죠 카나메

『난...... 그 놈들을 죽일거야. 그것도 괜찮은 거야?』



엘리스

『상관없어』


이치죠 카나메

『......말리지 않는거야?』



엘리스

『난, 누구의 편도 아니거든. 규칙 내에서만 움직이면, 말릴 것도 없어』


역시, 엘리스라면, 그렇게 말할 것 같았다.



엘리스

『즉, 선거를 한다면 말이지』


엘리스가 그런 놈이라서 다행이었다.

즐기고 있는 것은 화가 나지만, 여유는 틈을 낳는다.

혹은, 방심이란 것을.



엘리스

『그러니까, 너도 규칙을 지키렴』


이치죠 카나메

『그럴 생각이야』


그때 그곳에 있던 9명과, 내 앞에 있는 이녀석을 죽일 방법을 세울 때까지는...



엘리스

『그러고보니, 하나 네게 묻고싶은게 있어』


이치죠 카나메

『묻고 싶은 것?』



엘리스

『왜 모두를 죽이고 싶은 거야?』


이치죠 카나메

『왜 그런 걸 묻는거지? 죽이는 것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거고?』



엘리스

『그야, 궁금하니까』


이치죠 카나메

『내가 대답해야 하나?』



엘리스

『흐응... 딱히 지금은 없지만. 대답하기 싫은거야?』


이치죠 카나메

『이유는, 하나밖에 없어. 미사의 기억을 지운 너라면, 그것도 알고 있을텐데?』



엘리스

『복수....라는 거지?』


이제, 동기에 대해선 앨리스에게 숨길 필요도 없다


이치죠 카나메

『그래』


그보다, 왜 그런 뻔한 걸 물어본 것일까



엘리스

『그런거라면 알고 있어. 흔히 있는 일이거든. 어라? 흔히 있는 일이긴 한가? 


이치죠 카나메

『그들은, 미사의 죽음에 대해 속죄해야 돼』



엘리스

『그런데 말야, 꼭 그렇게 해야 하니? 넌 그 복수 때문에, 기억을 두번이나 잃지 않도록 나와 거래도 했잖아. 그 때문에 선거에도 불리하게 작용될 것도 알텐데. 무엇보다, 미사 짱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복수를 하겠다는 거야?』


이치죠 카나메

『......아무리 너가 말려도, 그만둘 생각은 없어』



엘리스

『아냐아냐, 난 말리는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 뿐이라구』


이치죠 카나메

『확살히, 복수는 칭찬받을 것도 아니고, 법으로도 금지되어 있지.』



엘리스

『내가 묻고 싶은 건, 그렇게 아니긴 한데... 어차피 법이라고 해도, 먼 과거엔 복수는 받아들여졌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면서 말야』


이치죠 카나메

『너..... 대체 뭘 묻고싶은거야? 뭘 들으면 납득할 셈인데?』



엘리스

『그러니까, 네가 복수를 하는 이유말야. 만일 내가, 네 기억을 또 지워서, 두번 다시 기억하지 못하게 되면, 넌 지금보다 좀 더 살아남을 가능성은 높아지고, 아무도 화내거나, 슬퍼하지 않게 된다구. 한마디로 플러스라는 거지.

그런데, 네가 복수를 성공했다고 하면, 남는 건 뭐가 있니? 복수가 끝난 이후, 모두가 죽어서, 너만.... 아니 너와 다른 한 사람만 남게 될텐데...』



앨리스

『아...... 혹시, 그게 목적이니? 그러면 납득할 수 있을지도... 살아남기 위해 죽이는 거라면』


이치죠 카나메

『아니,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냐』



앨리스

 『그렇네. 네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건, 나도 어떻게든 알겠어』


이치죠 카나메

『네가 납득할 필요는 없어. 다만-』



앨리스

『다만?』


이치죠 카나메

『용서 할 수 없어.... 그 녀석들을.... 용서 못 해』



앨리스

『ㅎㅎ, 그게 네 솔직한 심정이구나』


이치죠 카나메

『......』



앨리스

『뭐, 물어보고 싶은 것도 물었고, 슬슬 난 사라져볼까. 용무가 있으면 불러주렴. 바로 올테니까』


지금의 대답으로 납득한 것인지, 앨리스는 정말 얘기를 끝마칠 생각인 듯 했다.


이치죠 카나메

『......부르기만 하면 되는거야?』



앨리스

『어디에 있던, 난 너네들을 보고 있으니까』


이치죠 카나메

『......알겠어』



앨리스

『다른 질문은 있니?』


이치죠 카나메

『하나만 더, 거래를 확인받고 싶어』



앨리스

『응, 어떻게?』


이치죠 카나메

『넌 이제, 두번 다시 내 기억을 지우지 않을거지?』



앨리스

『응』


이치죠 카나메

『무슨 일이 있어도?』



엘리스

『네가 규칙을 지키는 한. 그리고 나와의 거래를 지키는 한은..... 말이지』


이치죠 카나메

『지금부터 바로, 적용되는 거지?』



앨리스

『지금부터 난, 네 기억을 지우지 않는다. 이제 됐니?』


이치죠 카나메

『응. 됐어』



엘리스

『자, 난 이만 사라질게. 또 보자구』



이치죠 카나메

『......하아.....』


큰 한숨이 나왔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피로가 쏟아질 정도였다.

몸이 무겁고, 기력은 완전히 떨어졌다.

손에 쥔 인형의 감촉만이, 유일하게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그것은, 우연이었다.

그 아이가, 그 때 인형을 만지지 않았으면...

또는,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더라면...

이 기억은....


이치죠 카나메

『......그 여자 아이』



방을 둘러보았지만, 그 여자 아이의 모습은 없었다.



이치죠 카나메

『앨리스』



앨리스

『네네~ 왜 불렀니?』


시험삼아 이름을 불러보자, 바로 앨리스가 나타났다.


이치죠 카나메

『......』


부르면 온다고 말은 했지만, 이렇게 바로, 반응할 수 있는건가?

아니..... 이 녀석의 정체를 알아내는 건, 나중이라도 상관없다.


이치죠 카나메

『그 아이는?』



앨리스

『그 아이라니?』


이치죠 카나메

『기억이 없다고 네가 말했던.... 아까까지 이 방에 있던 아이』



앨리스

『졸린게 아닐까? 지금은 저기 침대에서 자고 있잖니』


이치죠 카나메

『침대? 아아, 침대 안에 있구나』



앨리스

『뭐야, 그게 끝이야?』


이치죠 카나메

『그 아이의 이름은? 우리들 데이터를 조사했다며』



앨리스

『그 아이의 데이터는 없어. 그래서 이름도 몰라』


이치죠 카나메

『......』


그러면, 그 아이가 여기에 있는 건 우연이라는 걸까?

앨리스의 계획은, 면밀하게 세워졌을 것인데.

그런 우연이란게 있을까?



앨리스

『그러면, 이름을 지어주는 건 어떠니?』


떠올랐던 의문의 답은 지금은 없었다.

지금은 그 의문의 답보다는-


이치죠 카나메

『이름이라......』


손에 쥔 인형 목에는, 금속의 인식표가 끼워져 있다.

거기엔, 미사가 붙인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치죠 카나메

『노리』



앨리스

『노리 짱 말이지? 네네, 그럼 그렇게 등록할게』


이치죠 카나메

그래도 되는 거야?』



앨리스

『이름은 그냥 기호일 뿐이잖니, 뭐가 되든 상관없어. 다들 그렇게 부르면, 나도 그렇게 불러야지』


이 녀석은 자신의 이름을 앨리스랜드의 앨리스로 붙였다.

이름같은 건, 아무래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앨리스

『아, 슬슬 식사시간이네. 어쩔래? 네 식사도 이 방에 가져다 줄까?』


이치죠 카나메

『......상관없어』



앨리스

『오케이, 다른 요청이 있으면, 거기있는 내선으로 말해주렴』


이치죠 카나메

『내선으로? 부르면 오는 거 아니였어?』



앨리스

『그래도 상관없지만, 너네들도 식사 중에 내 얼굴을 보면 싫지 않겠니?』


이치죠 카나메

『확실히, 그렇겠네』



앨리스

『솔직하게 인정해버리면, 그건 그거대로 상처인걸』


이치죠 카나메

『지가 말한 거면서』



앨리스

『어쨌든, 바로 식사를 가져다 줄테니까, 기다리렴』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이치죠 카나메

『......하아......』


다시, 폐 속까지 쥐어짜는 듯한 한숨이, 입에서 나왔다.

....정말 피곤하다.

하지만, 진짜는 내일부터다.

어떤 규칙이든, 어떤 불리한 조건을 받게되든,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그리고.....

그리고, 미사가 괴물에게 잡아 먹히는 꼴을 바라보고만 있던, 그 9명을,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추방선거 한글 번역 1챕터 1부 끝